삶과 사랑의 풍경 
김국이
자서전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 사람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그의 삶이 그동안 가지 않았던 길을
걷게 되고 생활의 패턴도 판이判異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인연의 중요성은 재론할 여지餘地가 없다고 생각하며 지나간 한 자락의 추억
속에 잠시 머물러 본다.
  오래전에 죽마고우竹馬故友의 권유로 만나게 된 고 서정범 교수(어원학 대가)님의 강좌가 새삼스러워진다. 캠퍼스의
높은 곳에 위치한 강의실을 가기 위해 계단과 언덕을 오르자면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천천히 뭔가에 심취한 듯한 모습으로 언덕길을 오르시는
교수님을 쉽게 뵐 수 있었다. 뒤에서 따라가면서 지켜보며 젊은 나도 언덕 오르기엔 힘이 드는데 나보다 한참 나이가 드셨으니 많이 힘드시겠다
싶어서 하루는 앞으로 가서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몇 발걸음 함께 걷다가 “교수님, 이 언덕이 높아서 힘이 들지 않으세요?”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교수님께서 주신 답이 “매일 연구실로 향하는 아침과 저녁에 이보다 더 좋은 등산 운동이 어디 있더냐?.”
  “......(무안해서) 아,
참 그렇겠습니다.”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오늘날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고 아직도 귀에 남아있는 말씀
  “김국이는 다방면으로
경험이 많아서 잘 정리를 해서 내놓으면 좋은 작품이 될 거야”
  세월이 지나도 두고두고 후회할 일은 교수님의 지식 창고에 들어있던 여러
가지의 역사적인 인물사들을 못다 듣게 되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당시에 아시아권의 큰 인물에 대하여 많이 알려줄 테니 시간이 나면 찾아오라고
하시던 말씀이 글을 쓰다가 막히면 새록새록 떠 오른다. 
  “한 마을에 나이 든 한 사람을 잃는 것은 큰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라고 한 작가, 우리에겐 ‘개미’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은 나이 든 한 사람이 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나름으로
체득한 지혜가 한정된 공간의 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므로 생을 마치는 날까지 보다 나은 사실들을 기억의
창고에 저장하기, 또 질 높은 차원의 자료들을 부지런히 찾아보고 살펴서 입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인이 속했던 한 시대의 역사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
  오래전 학과 수업에서 어느 교수의 말씀도 귓가를 맴돈다.
  “글을 쓰려고 이 길로 접어들었으면, 훌륭한 작가로의 이름을
남기려는 의지를 갖고 매일 단편 몇 편씩은 만들어 내야 그 근처에라도 갈 수 있지 않겠느냐?.”
  흉유성죽胸有成竹이라고 그 말은 들을
때는 나도 그렇게 하리라 마음으로 다짐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짐의 강도는 흐려지고 허송세월虛送歲月 속에 자칫 한 편의 소설도 지어보지
못하고 삶을 접는 것은 아닐까?.
  그래, 이발지시已發之矢란 말처럼 다시 가보자.
  때마침 막내가 인륜지 대사를 미루다가 뜻밖에
나타난 재원의 백 년 배필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으니 기쁨으로 충만하다. 옛말에 “좋은 술을 마시는 자는 비록 많이 마시되 취하지 않고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비록 가까이하더라도 상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독다독 열심히 정情을 쌓아서 평탄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끌어 대대로 내림 되는
모범을 보이기를 바라면서 다시 작은 계획을 세워야겠다.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갈래의 감정들을 살펴보고 그중에 두려움과 분노와 슬픔을 기쁨으로,
사랑을 위한 행복으로 가는 즐거움을 찾아내어서 아름답고 근사하게 다시 장식을 해봐야겠다.
  누구에게나 읽혀 거울로 삼을 글들을 쓰기
위해서 또 즐거운 고민을 해 봐야겠다. 두 아들이 자라면서 부모의 걱정을 끼칠까 봐, 오히려 부모보다 더 조심하며 언제나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준
두 아들의 고마움과 항상 옆자리를 지켜주는 남편에게 조그만 답이라도 해야 하리라.
 점잖아서 말이 적고 단아한 모습의 큰 자부와 개구쟁이
손자, 상대를 편안하게 배려하며 애교까지 넘치는 둘째 자부와 손녀에게 기쁨의 고마움을 한 아름 안기고 싶다.     
―
<작가의 말>   


   - 차    례 -    

작가의 말 

일러두기 

제1부
기쁨囍
 연안부두 
 기쁨囍 
 전화위복轉禍爲福 
 서먹한 귀향 
 첫 경험 

제2부 빙그레란 별명 얻다
 이산가족 
 빙그레란 별명 
 돌 맞이 
 거구巨軀의
탄생 
 병원 나들이 

제3부 아이가 집을 나가고
 아이가 집을
나가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우량아 상을 받고 
 꼬마들 대장놀이 

제4부
밀가루 미끄럼 놀이
 밀가루 미끄럼 놀이  
 용돈과 바꾼 만화책 
 동생은 제가 다 키웠어요 
 효자孝子는
부모가 만든다 

작품평 

[2021.11.01 발행. 145쪽. 정가 5천원(전자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