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혜 시인 ky4422@kyilbo.com
봄 내린 뜰
메주를 찬찬히 펼쳐 놓으시는 할머니
콤콤한 몸이 햇볕을 쬐는 동안
흙 배긴 항아리를
짚으로 말갛게 닦으신다
오금 한 번씩 펼 때마다
햇볕이 불룩 장독마다 햇살이 튄다
항아리 안에 푸른 하늘이
둥그렇게 먼저 들어앉고
볕이 잘 들어야 장맛이 좋은겨
할머니의 머리칼이 은실로 반짝인다
개집속에 개밥 그릇도
볕 잘 드는 곳으로 나간다
햇볕을 따라 나간 누렁이
햇살에 버무려진 밥을 참 맛나게 먹는
따슨 바람과 햇발이
마당 그득 널린 날
<시작노트>
봄을 생각하면 마술 같다. 거짓 같은데 그대로 참인 사물 현상을 보고 그 혜택 안에서 우리 모두 살아간다.
그 중 봄날의 햇살에는 과학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무량한 아름다움과 힘이 있다.
그 힘을 근원으로 대지에서 싹이 트고,웅크린 우리는 `오금`을 펴고 세상에 나선다.
모든것이 봄이니까.
이 시는 햇살과 할머니와의 관계,혹은 의미를 중심에 놓고 화사하게 펼쳐진다.
`항아리`를 `짚`으로 닦는 것에서 화학이 배제 되었던 시절을 보고,`항아리 안에 푸른 하늘이 먼저 둥그렇게 들어 앉`는 것의 발견에%B